기사입력2019.05.09. 오전 2:46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7일 숭실통일아카데미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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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가 지난 7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열린 숭실통일아카데미(원장 조요셉 목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청와대도 알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밝힐 순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의 비핵화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한반도 평화 유지란 선의의 목적을 위해 정부가 ‘하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는 지난 7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열린 숭실통일아카데미(원장 조요셉 목사) 특강에서 “핵무기는 북한 정권 유지의 절대 조건이므로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어떤 압력이나 보상도 북한 정권은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러시아 출신 교수가 본 북한 체제’란 주제로 강연한 란코프 교수는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한 전제 조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개방을 하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들은 경제 협력에 대한 약속을 믿고 비핵화에 동의했다 피살당한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사례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경제 발전을 중요시하지만 이보다 체제 생존을 더 중시한다”며 “이 때문에 자살과 다를 바 없는 비핵화는 어떤 조건이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청와대도 알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란코프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청와대 역시 비핵화가 가능치 않다는 걸 알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쓸모 있는 하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관심을 두는 대북 교류,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공조는 쓸모 있는 올바른 정책”이라며 “긴장감이 고조되는 최근 한반도 상황에서 평화를 유지하려면 북한과의 교류 및 대북제재 완화에 나서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 대박론’뿐 아니라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정책에서도 통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클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며 “통일로 인한 이득은 ‘평화·안전 유지’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했다. 또 “대북 교류는 북한 내 남한에 대한 지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북한 정권은 남한 관련 정보가 유입되는 것은 체제 균열이라 여긴다. 교류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상징성은 있으나 구체성은 없었다’는 평가를 냈다. 그는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북한과의 협력에서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다. 러시아의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기대할 근거가 없다”며 “북한 정권이 이번 회담으로 러시아를 통해 탈출구를 찾을 생각이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양측은 공동성명조차 채택하지 않았는데 기존 회담과 달리 무역량 확대 이야기조차 없었다”며 “어느 정도 상징적 성격이 있는 회담이었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너무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책을 ‘개방 없는 개혁’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경제 부문은 암묵적으로 시장화를 추진했으나 정치 부문에서의 개방은 없었다는 것이다. 란코프 교수는 “남북 경제 격차가 큰 상황에서 김정은을 위시한 북한 엘리트 계층은 전 세계에 전례 없는 ‘개방 없는 개혁’을 일종의 탈출구로 삼았다”며 “개방으로 남한의 경제 성장이 북한에 널리 알려지면 지도부에 회의감이나 적대감을 갖는 이들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